결론은 이렇습니다.
커피 맛을 만드는 화학 반응의 속도는 지금 콩의 온도와, 그때까지 콩 안에 만들어진 물질의 양으로 정해집니다.
온도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를 뜻하는 ROR은 이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맛의 차이는 ROR 곡선의 모양이 아니라, 콩이 몇 도에서 몇 분을 보냈는가로 설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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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 크래시는 무엇을 가리킵니까?
ROR은 콩 온도가 1분 동안 몇 도 올랐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ROR이 10이면 지난 1분 동안 콩 온도가 10도 올랐다는 뜻입니다. 1차 크랙 무렵 이 값이 짧은 시간에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ROR 크래시(ROR crash)라고 부릅니다.
ROR 크래시가 향미를 망친다는 설명이 로스팅 현장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크래시가 나면 향이 약해지고 맛이 밋밋해진다는 식의 설명입니다. 이 설명은 ROR이 떨어지는 현상 자체를 맛이 달라지는 원인으로 봅니다.
ROR은 온도 곡선의 기울기입니다
ROR은 따로 재는 값이 아니라 온도 기록에서 계산하는 값입니다.
로스팅 프로그램은 콩 온도를 계속 기록하고, 일정 시간 동안 오른 온도를 1분 기준으로 바꿔 ROR로 표시합니다. 온도 곡선이 가파르면 ROR이 크고, 완만하면 ROR이 작습니다.
온도 곡선이 정해지면 ROR 곡선도 함께 정해집니다.
두 곡선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정보가 아닙니다. 같은 온도 기록을 두 가지 방식으로 그린 것입니다.
위쪽 주황색 선은 콩 온도이고, 아래쪽 파란색 선은 같은 로스팅의 ROR입니다. 3분에서 4분 사이에는 온도가 20도 올라 ROR이 20이고, 9분에서 10분 사이에는 3도만 올라 ROR이 3입니다. ROR이 크게 떨어진 구간에서 온도 곡선은 그만큼 완만해집니다.
반응 속도를 정하는 것은 지금의 온도입니다
로스팅 중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온도가 오를수록 빨라지고, 그 정도는 아레니우스 식으로 계산합니다.
당과 아미노산이 붙는 마이야르 반응, 당이 열로 분해되는 캐러멜화 반응이 여기에 속합니다. 식은 k = A·exp(−Ea/RT)입니다. k는 반응 속도 상수, A는 반응마다 정해진 값, Ea는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 R은 기체 상수, T는 온도입니다.
이 식에 들어가는 온도는 지금 이 순간의 온도 하나뿐입니다.
온도가 1분에 몇 도씩 바뀌는지를 뜻하는 항은 식 어디에도 없습니다. 반응할 수 있는 분자의 비율은 지금 온도에서 분자들이 가진 에너지 분포로 정해집니다. 방금 전 온도가 더 높았는지 낮았는지는 이 분포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같은 200도라면 ROR이 10이든 2든 그 순간의 반응 속도 상수는 같습니다.
그런데도 두 콩의 반응 속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0도에 오기까지 지나온 온도와 시간이 콩 안에 서로 다른 양의 물질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도 결국 온도와 시간에서 옵니다.
온도가 달라지면 반응 속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kJ/mol로 놓고 계산하면, 190도에서 200도로 10도만 올라도 반응 속도 상수는 약 1.7배가 됩니다. 이 수치는 설명을 위한 예시 계산입니다.
식에서 온도가 들어가는 자리는 T 하나입니다. 가운데 그림의 두 로스팅은 서로 다른 ROR로 200도에 도착했지만, 200도에서의 k는 같습니다. 아래 막대는 온도가 10도 달라질 때 k가 달라지는 크기입니다.
크래시가 난 로스팅의 맛이 다른 이유는 시간입니다
ROR이 크게 떨어지면 콩이 목표 온도에 닿기까지 시간이 더 걸립니다.
온도가 오르는 속도가 줄어드니 같은 온도까지 가는 데 더 오래 걸립니다. 그동안 콩은 높은 온도 구간에 더 오래 머뭅니다.
1차 크랙 뒤 온도 기록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예시의 두 로스팅은 모두 196도에서 1차 크랙이 시작되고 210도에서 배출합니다. 크래시가 난 로스팅 A는 1차 크랙부터 배출까지 3분 50초가 걸리고, 크래시가 없는 로스팅 B는 2분 00초가 걸립니다. 온도와 시간은 설명을 위한 예시 값입니다.
검은 선은 두 로스팅이 함께 지나온 1차 크랙 전 구간입니다. 196도에서 두 선이 갈라지고, 주황색 A는 초록색 점선 B보다 1분 50초 늦게 210도에 닿습니다.
맛의 차이는 ROR 곡선의 모양이 아니라 1분 50초 더 걸린 시간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A와 B는 배출 온도가 같아도 온도 이력이 다릅니다. 콩 안에서 반응이 진행된 양은 각 온도에서 머문 시간이 쌓인 결과입니다.
크래시만 따로 떼어 실험할 수는 없습니다
ROR을 바꾸려면 가스나 풍량을 바꿔야 하고, 그러면 온도 이력도 함께 바뀝니다.
온도 곡선은 그대로 두고 ROR만 떨어뜨리는 로스팅은 만들 수 없습니다. ROR이 온도 곡선에서 계산되는 값이기 때문입니다.
크래시와 온도 이력을 떼어 놓을 수 없으므로, 크래시가 맛을 망친다는 말은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닙니다.
크래시가 난 로스팅의 맛이 달랐다면, 그 차이는 이미 달라진 온도와 시간이 만든 것입니다. 원인을 찾을 때는 크래시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에 몇 도에서 몇 분이 걸렸는지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ROR은 앞으로의 온도를 읽는 데 씁니다
ROR은 맛의 원인이 아니라 앞으로 온도가 어떻게 오를지 미리 읽는 값입니다.
ROR이 떨어지고 있다면 다음 1분 동안 온도가 덜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변화를 보고 가스와 풍량을 미리 조절하면, 원하는 온도와 시간에 맞추기 쉬워집니다.
로스팅 기록에 남길 것
크래시가 났는지보다 온도와 시간을 기록하십시오.
| 기록할 값 | 확인할 수 있는 것 |
|---|---|
| 1차 크랙 시작 시간과 온도 | 높은 온도 구간이 시작된 시점 |
| 배출 시간과 온도 | 로스팅을 끝낸 시점 |
| 1차 크랙부터 배출까지 걸린 시간 | 높은 온도 구간에 머문 시간 |
| 가스와 풍량을 바꾼 시간과 값 | 온도 곡선이 그렇게 그려진 이유 |
기록을 커핑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십시오.
같은 생두를 볶고, 커핑하고, 기록하고, 비교하십시오. 어떤 온도와 시간이 어떤 맛을 내는지는 내 기계와 내 생두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러면 ROR은 보지 않아도 됩니까?
봐야 합니다. ROR을 보면 온도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다만 ROR 곡선의 모양을 맛의 원인으로 해석하지는 마십시오.
Q. 크래시가 난 로스팅이 실제로 밋밋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합니까?
1차 크랙부터 배출까지 걸린 시간과 배출 온도를 확인하십시오. 같은 생두로 볶은 다른 로스팅과 두 값을 비교하면, 맛의 차이를 온도와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Q. 온도가 빨리 오르면 콩 표면과 속의 온도 차이가 커지지 않습니까?
커질 수 있습니다. 열이 표면에서 속으로 전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도 맛을 바꾸는 것은 표면과 속이 각각 몇 도에서 몇 분을 보냈는가입니다. 온도가 바뀌는 속도가 반응 속도 식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근거
아레니우스 식과 맥스웰-볼츠만 에너지 분포: P. Atkins, J. de Paula, Atkins' Physical Chemistry (물리화학 표준 교과서)
예시 계산: 활성화 에너지 100 kJ/mol로 190도와 200도의 반응 속도 상수를 비교
로스팅 A와 B의 온도와 시간: 설명을 위해 만든 예시 값
퍼스트펭귄커피컴퍼니 로스팅 교육 상담 010-3444-1721 (카카오톡 또는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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