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때문에 생긴 일 · 05 · 이야기와 만화
디카페인을 준비했는데, 선배만 못 마셨다
배려는 한 봉지 샀다. 그런데 그 한 봉지를 어디에 넣어야 할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는 오후에 커피를 고를 때 종종 디카페인을 찾았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주문하는 원두는 늘 한 가지였다. 펭귄은 이번에는 선배도 함께 마실 수 있게 하자며 작은 봉투 하나를 더 샀다.
봉투를 건네는 순간까지 준비는 꽤 잘됐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고르는 것을 보고 선배만 다른 음료를 찾는 날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 오늘도 같이 한 잔하자는 뜻이었다.
같은 시간, 하양이는 전자동 머신의 원두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배려가 준비되고, 다른 쪽에서는 평소의 편리함이 준비되고 있었다. 두 준비가 만나는 자리는 생각보다 좁았다.

오후에는 디카페인을 찾는 선배를 위해
펭귄선배 것도 준비했어. 오늘은 디카페인이야.
선배오, 나까지 챙겨줬네.

하양이문제는… 내가 방금 원두를 가득 채웠어.
펭귄아. 버튼만 바꾸면 되는 게 아니었네.
디카페인 봉투를 들고 머신 앞으로 온 뒤에야 셋은 문제를 알아차렸다. 지금 쓰는 원두통에는 일반 원두가 이미 가득했다. 사둔 커피가 있다는 것과, 바로 그 커피로 한 잔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펭귄은 다른 버튼이 있는지부터 찾았다. 하지만 버튼 이름을 바꾼다고 원두통 안의 내용물이 바뀌지는 않았다. 하양이는 자기가 금방 마셔서 비워주겠다고 했다. 선배는 원두통의 양을 한번 보고 퇴근 시간을 떠올렸다.
기기 안의 원두를 함부로 옮기거나 섞기 전에, 지금 가진 장비에서 다른 원두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이번에는 선배가 따로 쓰던 작은 드리퍼와 수동 그라인더가 있었다. 모두에게 새 도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리에 실제로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던 셈이다.

선배사준 마음은 고마워. 그런데 지금 이 원두로 어떻게 내릴지가 남았네.
하양이일반 원두는 우리가 금방 비워줄 수 있는데!

선배그 금방을 기다리다 퇴근하겠다. 내 작은 드리퍼로 마실게.
펭귄이번엔 진짜 준비됐다.
발코니에 컵을 놓으면서 펭귄은 오늘 무엇을 마실지 처음부터 물어볼 걸 그랬다고 했다. 취향을 기억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기억해둔 취향이 언제나 오늘의 답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선배는 봉투를 받은 마음도 충분히 반가웠다고 했다.
그날 준비한 작은 커피 자리에는 결국 셋이 다 앉았다. 선배만을 위해 샀던 커피였는데 펭귄은 어떤 맛인지 궁금했고, 하양이는 함께 마시는 쪽이 더 재미있어 보였다. 금방 비워주겠다고 큰소리친 원두통은 실내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선배너희는 일반 커피 마신다며?
펭귄같이 맛보고 싶어서.
하양이한 잔만.

하양이그런데 저 일반 원두는 누가 비우지?
선배아까 금방이라고 한 분.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서도 작은 봉투에는 원두가 남아 있었다. 셋은 다음에는 언제 함께 마실지 이야기했다. 펭귄의 배려는 봉투를 샀을 때보다, 시간을 내어 같이 앉았을 때 더 구체적인 모양이 됐다.
하양이가 뒤늦게 실내의 머신을 돌아봤다. 모두 디카페인을 마시고 있었으니 일반 원두가 줄어들 이유가 없었다. 선배가 웃으며 아까 금방이라고 말한 사람을 찾자, 하양이는 자기 컵 안에 아직 한 모금이 남았는지 확인했다.
커피를 사고 마시고 나누는 일상에서 출발한 창작 만화입니다. 실제 회사·고객의 사례와 발언을 재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림 속 무지 봉투는 실제 제품 패키지가 아니며, 승인된 캐릭터를 바탕으로 AI로 제작한 장면입니다.
퍼스트펭귄커피컴퍼니 · 당신의 커피를 로스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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